에세이

AX는 자동화가 아니라 경영의 재설계다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넘어, 사람의 암묵지를 조직의 지능으로 바꾸고 경영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AX에 대한 생각.

기업 임원들을 만나면 거의 매번 같은 말을 듣는다.

“우리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바로 알고 싶습니다.”

이상한 요구가 아니다. 이상한 것은 이 당연한 요구가 아직도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RP가 있고 CRM이 있고 대시보드까지 있는 회사에서도, 임원은 결국 보고서를 요청해야 한다. 현장이 자료를 정리하고, 중간관리자가 취합하고, 숫자를 다시 확인해 올리는 동안 시간이 흐른다. 보고서를 읽은 임원이 새 질문을 던지면 질문은 다시 조직을 타고 내려간다.

답이 돌아올 때쯤이면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다.

나는 올해 이 문제를 붙잡고 AX 사업을 시작한다.

보고서를 조금 빨리 만들자는 이야기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내가 하려는 AX는 AI로 기업이 일하고, 판단하고, 돈을 버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내가 하지 않을 AX

지금까지 많은 AX 프로젝트는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처리 시간을 줄여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효과를 계산하기 쉽고 투자 근거를 설명하기도 쉽다.

그러나 AI를 도입하는 데도 돈이 든다. 시스템과 데이터 인프라를 마련하고, 업무를 분석하고, 기존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 교육과 운영, 보안과 품질 관리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이 자동화로 아낄 수 있는 금액보다 크다면 프로젝트는 성립하기 어렵다.

절감 효과를 극적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력 감축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수행하고 그만큼 사람을 줄이면 숫자로 드러나는 효과는 분명하다. 솔직히 이해하기 쉬운 공식이다.

하지만 나는 그 결론을 위해 AX를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회사를 떠날 때 인건비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쌓인 경험과 고객 관계, 문제를 발견하는 감각과 해결하는 방식도 함께 빠져나간다. 남은 구성원에게 자신의 업무를 AI에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것도 모순이다. 노하우를 꺼내놓는 일이 자기 자리를 없애는 과정이라고 느낀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는가.

비용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더 큰 고객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매출로 연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AI 제품 하나를 도입한다고 바로 매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누가, 무엇을 보고, 어떤 판단을 내려 돈을 벌고 있는가?

AI가 그 과정을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경영진이 보는 회사는 언제나 과거다

기업의 중요한 지식은 매뉴얼에만 있지 않다.

경험 많은 영업 담당자는 고객의 몇 마디만 듣고 계약 가능성을 가늠한다. 생산 현장의 숙련자는 숫자로 잡히기 전에 이상 징후를 알아차린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일정표에 나타나지 않은 위험을 감지한다.

이들이 가진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수많은 신호 중 무엇이 중요한지, 언제 원칙을 지키고 언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사람 안에 축적된 암묵지다.

기존 정보 시스템은 결과를 기록해왔다. 계약 금액, 생산량, 재고, 비용과 일정은 남지만 담당자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좀처럼 남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이 떠나면 업무는 남아도 그 일을 잘하는 방법은 사라진다.

나는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이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현장의 구성원과 대화하며 판단 기준을 묻고, 회의와 메일, 보고서와 업무 기록에 흩어진 맥락을 연결할 수 있다. 반복되는 행동과 예외를 찾아 조직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정리하고, 그 위에서 일부 실행을 조금씩 위임받을 수도 있다.

먼저 사람의 판단을 관찰하고 질문하고 구조화한 뒤에야 사람과 AI의 역할을 제대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이미 검증이 끝난 정답이 아니다. 올해 내가 여러 기업의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가설이다.

암묵지가 경영진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긴 시간차가 생긴다. 현장에서는 매일 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만들고, 문제가 생기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나 이 활동이 경영진에게 도착할 때는 이미 요약된 숫자와 사후 보고서가 되어 있다.

숫자만으로는 매출이 왜 줄었는지, 예상보다 시간이 왜 더 들었는지, 어느 고객 때문에 재작업이 발생했는지 알기 어렵다. 다른 조직을 돕느라 자신의 성과를 포기한 경우도 보이지 않는다.

AI는 현장의 활동을 경영의 언어로 계속 번역하고, 숫자가 변한 이유를 업무 맥락과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징후가 생기면 정답을 단정하기보다 책임자가 확인해야 할 다음 질문을 제시해야 한다.

월말에 과거를 설명하는 조직이 오늘의 숫자로 내일의 행동을 바꾸는 조직이 되는 것. 내가 만들고 싶은 변화다.

왜 아메바 경영인가

이 지점에서 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을 다시 꺼내게 된다.

아메바 경영은 기업을 작고 독립적인 단위로 나누고, 각 조직의 구성원이 자신의 수익과 비용을 이해하며 경영자처럼 판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핵심은 조직을 잘게 쪼개는 데 있지 않다. 경영을 임원과 재무 담당자만의 일로 가두지 않고 고객과 현장에 가까운 작은 조직까지 확장하는 데 있다.

특히 내가 주목하는 것은 대표적인 관리 지표인 시간당 채산이다. 기본적인 계산은 조직이 만든 부가가치를 총노동시간으로 나누는 것이다. 여기서 인건비는 일반 경비처럼 직접 차감하지 않는다. 사람을 비용으로 놓는 순간 채산을 높이는 가장 쉬운 답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당 채산이 구성원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우리는 같은 시간에 어떻게 더 큰 가치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은 앞에서 말한 AX의 모순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자기 노하우를 AI에 가르치는 일이 자기 자리를 없애는 과정이라면 아무도 협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표가 조직의 시간당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복 업무를 AI에 위임해 같은 시간에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은 내 자리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 된다.

지식을 꺼내놓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경영 구조.

나는 이것이 아메바 경영과 AX가 만나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AI는 사람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각 조직이 같은 시간에 더 큰 고객가치와 수익을 만들도록 돕는 실행 기반이 된다.

AI는 아메바 경영의 어려움을 없애지 않는다

아메바 경영은 강력하지만 운영하기 어렵다. 조직별 매출과 비용을 나누고, 내부 거래와 기여도를 조정하고, 현장의 숫자를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 설명해야 한다. 특히 내부 대체가격과 공통비 배분은 계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해관계와 경영 판단이 개입된다.

아메바 경영이 일부 대표 사례를 넘어 널리 적용되기 어려웠던 이유도 이런 운영 부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AI가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비용, 숫자의 원인을 추적하는 비용, 조직이 서로 논의하는 비용은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조직의 채산성이 갑자기 낮아졌다고 해보자. AI가 해야 할 일은 경고등을 켜거나 책임자를 지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출이 줄었는지 투입 시간이 늘었는지, 특정 고객의 재작업이 원인인지, 다른 조직을 지원한 기여가 누락되었는지, 일시적인 투자 비용인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인지 질문해야 한다.

최종 판단은 조직의 책임자가 내린다. AI는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이 더 나은 질문과 다음 행동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오늘의 숫자를 보는 일이 경영진의 실시간 감시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숫자를 보는 주체는 작은 조직 자신이어야 한다.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을 바꿀 권한이 없다면 실시간 데이터는 자율 경영의 도구가 아니라 통제 장치가 된다.

수익 숫자만으로 조직을 경쟁시키는 것도 위험하다. 비용을 다른 부서에 떠넘기고 장기 투자를 피하며 협업을 손해로 여길 수 있다. 이나모리가 아메바의 계산 방식만큼 구성원이 공유하는 경영철학을 중시했던 이유다.

AI가 연결해야 할 것은 매출과 비용만이 아니다. 고객에게 만든 가치, 투입한 시간, 품질과 재작업, 다른 조직에 대한 기여, 새롭게 축적한 지식과 역량도 함께 보아야 한다. 부분의 숫자가 기업 전체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결국 AI가 새로운 경영 원리를 발명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수익과 비용을 이해하고,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며, 현장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판단하는 일은 오래된 원리다. AI의 역할은 그동안 너무 비싸고 번거로워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원리의 실행비용을 낮추는 데 있다.

올해 현장에서 검증할 것

이 가설이 모든 기업에서 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메바 경영을 그대로 복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조직을 어떤 단위로 나눌지, 어떤 숫자를 함께 볼지, 사람과 AI가 각각 무엇을 맡을지는 회사마다 다시 정해야 한다.

나는 올해 현장에서 세 가지를 확인하고 싶다.

  1. 사람을 줄이지 않고도 조직의 시간당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2.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가.
  3. 월말 보고서로 과거를 설명하던 회사가 오늘의 숫자로 내일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

이 작업은 AI 솔루션 하나를 공급하는 것보다 어렵다. 조직의 단위와 권한, 책임과 지표, 사람과 AI의 역할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자동화가 아니라 경영의 재설계라고 부른다.

AX의 목표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경영을 몇몇 임원의 일에서 모든 작은 조직의 일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AX가 열어야 할 기회는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올해, 그 답을 현장에서 찾겠다.